영화의 주인공은 유명 배우 문소리다. 그런데 일이 없다.
결혼과 출산 이후 중견 배우로 넘어가는 애매한 시기에 덩그러니 남겨진 배우 문소리. 한국 영화는 죄다 조폭 아니면 형사 영화라 작품은 일년에 겨우 하나 할까 말까. 아이는 매일 아침 울어 대고, 엄마는 여기저기 홍보 사진을 찍어 달라 성화에, 시어머니 요양병원 면회, 거기다 여배우를 바라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는 칭호마저 부담스럽고 짜증나는 소리는 가끔 차를 세우고 마구 달리며 고함을 내지르고 싶다.
이 문소리가 우리가 아는 그 문소리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 영화는 배우라는 직업의 특수성과 일하는 여성으로서 보편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배우 문소리의 감독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 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 이라는 세 편의 단편을 유기적으로 엮어 장편 <여배우는 오늘도>가 되었다. 각 단막은 개인으로서, 가정의 일원으로서, 또 예술인으로서 문소리를 그려낸다.


유명 배우이자, 흥행감독의 아내로 화려한 삶을 살 것 같지만 그의 삶은 여느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도 여배우랑 술 한 번 먹어보자는 무례하고도 폭력적인 언사에 웃으며 대처해야 하고, 좋은 엄마, 좋은 딸, 좋은 며느리가 되어야한다.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직업인으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완벽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피할 수 없다. 그 속에서 겪는 어려움과 편견, 강요되는 희생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여성이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는 많지 않다. 말하기도 입 아픈 남성 중심 영화가 그동안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 지겨운 영화들에 대한 문소리의 생각이 담긴 첫 감독 데뷔작이다. 한국 영화에는 여성 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고 소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설 자리를 만들었다.

일하는 여성을 향한 세상의 만연한 편견과 불합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는 세상을 안아주려 한다. 재수없는 옛 인연과 신인 배우를 데리고 해장국을 먹으러 갈 것이고, 계속해서 영화를 찍을 것이다. 여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 불리고, 엄마나 아내, 강간 피해자가 아닌 캐릭터로 등장하는 영화가 언제쯤 흔해질지 알 수 없지만 여배우는 오늘도 달린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문소리라서, 여배우라서 나올 수 있는 특별한 영화. 동시에 우리나라에 사는 일하는 여성이라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영화. 최근 영화 <세 자매>의 공동 제작을 맡기도 한 감독 문소리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