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eg)
첫 번째 장점으로는 관객이 스토리라인을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역사란 이미 벌어진 일을 담은 텍스트기에, 감독은 스토리라인에 대한 설명을 생략할 수 있다. 캐릭터의 행동과 시대적 상황 등, 제작자와 관객 사이에 이미 보편적으로 공유된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굉장히 속도감이 있다. 영화가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서 영국군 8대대의 병사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적진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장군 에린무어가 두 사람을 불러, 적진 너머에 있는 영국군 2대대의 중령에게 ‘공격 중지’를 전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에린무어 장군(콜린 퍼스)은 마치 차 한잔하자는 듯, 차분한 영국 억양으로 너네 둘이서 적진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철수했다지만 어제까지 총알이 날아오던 적진으로 가라니…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근데 두 사람은 그냥 넵. 이러고 바로 출발한다. 불합리함과 두려움에 망설일 법도 한데,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장군 막사를 나오자마자 안전한 참호를 넘어 적진으로 달린다. 그리고 그들의 빠른 결정에, 나 역시 의문을 품지 않고 따라가게 되었다. 영화의 배경이 세계 1차 대전이니 전쟁 중 당연한 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역사를 재해석한 영화의 장점이 느껴졌다. 영화와 관객이 공유한 배경지식이 있기에 부가적인 설명 없이 속도감 있는 연출과 전개가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낯설게 보기’의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제작자가 친근한 이야기를 비틀어 영화를 만들면, 관객은 다른 이의 시각으로 기존에 알던 이야기를 보게 된다. 이로써 관객은 자신이 알고 있던 스토리를 영화와 비교해 보는 낯설게 보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감독 샘 멘데스는 영국 육군 중사 출신 1차 대전 참전자인 자기 할아버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말하였다. 역사적인 인물이나 유명한 사건이 아닌, 수많은 병사 중 개인의 경험담이다. 관객은 병사의 걸음 속도를 따라 세계 1차 대전을 새롭게 보게 된다.

유럽이 한때 얼마나 치열한 전쟁을 치렀는지, 얼마나 처절하게 삶의 터전이 부서졌는지를 스코필드의 시야에서 보여준다. 마치 멀리서 숲을 보다가, 그 안에 있는 나무 하나를 가까이 보는 느낌이었다.
무인지대를 달리는 스코필드를 원테이크로 찍은 이 압도적인 씬은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내가 스코필드와 블레이크의 여정에 함께 하며 그들의 시야에 동참하게 되었듯이,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은 새로운 시각에서 전쟁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