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속 군인들. 종전 후 그들은 어디로 갈까.
일상으로 돌아온 이들 중에는 이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고, 청력과 시력을 모두 잃거나, 한 팔과 두 다리를 잃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술 없이 잠에 들지 못하거나, 약물에 중독 되거나, 갑자기 밀려오는 화를 참지 못해 주변인을 당황하게 하곤 한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총성이 들리고, 어린아이의 머리를 겨누던 장면이 끝없이 반복된다.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전쟁 상황에서 위험에 대응해 반응하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은 계속 혈관에 남아, 몇 년이 지나도 트라우마로 남는다. 비단 정신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다. 인터넷 밈으로도 쉽게 사용되는 트라우마, PTSD의 진짜 모습이다.


이런 퇴역 군인들이 산타크루스에 모여 서핑을 시작한다. 땅 위에서 두 발을 딛고 서기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서핑이라니, 당연히 쉽지 않다. 그러나 서핑은 새로운 길을 만드는 행위다. 일단 파도 위에 오르면 자연과 나 자신, 오로지 둘만 남는다. 죽음과 파멸, 트라우마가 없는 곳. 그저 다음 파도를 기다리고 그것에 올라타는 것. 내일의 파도가 어떨지 궁금해하는 것. 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지옥에서 벗어났다는 확신이었으리라.

한때 누구보다 강했던 그들이 상상할 수도 없었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본인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비극이었을 것이다. 진짜 비극은 무엇일까. 그들을 끔찍한 트라우마로 밀어 넣은 본질.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딸과 아들을 공격하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곳. 내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선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곳. 이념 싸움의 희생자가 되는 곳.

먼 미래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지금 어느 곳에서는 오늘이 되고 있다. 바다와 파도가 그들도 치유해 줄 수 있을까.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모든 이들의 임무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사는 것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