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제목부터 여름이 들어가는 <남매의 여름밤>이 그것이다. 옥주와 동주 남매가 여름 방학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릴 적 몇 번은 봤겠지만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함께 생활하기엔 어색한 할아버지 댁 공기가 남매는 불편하기만 하다. 아빠와 옥주, 동주, 할아버지 그리고 집을 나온 고모까지 다섯 명의 어느 여름, 어느 양옥집의 이야기. 특별하거나 흥미진진할 일도 없는 작은 독립 영화가 온갖 영화제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뭘까.

옥주의 이야기가 곧 모든 사람의 일상처럼 보였기 때문일 테다. 해가 넘어갈 무렵 동생을 두고 혼자 자전거를 타던 모습이나, 별것도 아닌 걸로 다투던 일이나. 혹은 멀게만 느껴졌던 할아버지가 듣던 음악을 함께 들었을 때와 같은 순간들이 말이다. 서툰 사과를 건넬 줄 아는 누나와 능청스럽게 넘길 줄 아는 동생. 우리는 모두 알고있다. 이 둘은 서로를 미워하고 또 지켜줄 줄 안다는 걸.

옥주와 동주의 여름밤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빠와 고모의 여름밤이기도 했다. 특별히 가깝지도, 멀지도 않다. 아버지 집 문제로 가벼운 언쟁이 오가기도 하지만, 여름밤 평상에서 맥주와 창피한 일상을 나눌 수 있기도 하다. 잊고 살다가도, 걸리적거리는 유년 시절을 보냈더라도, 세상에서 정말 혼자인 것 같을 때 돌아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옥주와 동주가 크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우리가 자라도 이런 모습이길 바라며.

각자의 추억 속에 잠길 수 있는 옛날 앨범 같은 영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여름날의 기억과, 따끈한 가족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의 그 계절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