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눈을 뜬 한 여자. 앞에 보이는 스피커에서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름도, 사는 동네도, 엄마의 눈동자 색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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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너머의 사람은 여자의 이름이 ‘헬리’고, 심지어는 이곳에 제 발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이곳은 루먼이라는 회사이며, 입사자들은 회사 기밀 유지를 위해 기억 단절 시술을 받는다. 그들의 기억은 회사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단절된다. 그 말인즉, 회사 바깥의 나는 회사 안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이고, 회사 안의 나는 바깥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학교도, 회사도 가기 싫은 당신. 이 구조가 솔깃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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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일과 삶의 분리를 결심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단순히 일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반대로 현실의 어떤 사건을 잊고 싶어서 지원하기도 한다. 끔찍한 것은 기억의 단절이 소통까지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효율적으로 보이는 루먼의 시스템 속 사람들은, 점차 기억이 아닌 자아 자체를 분리하기 시작한다. 회사 바깥에서 일상을 보내는 나(아우티)와 회사 안에서 늘상 일 하는 나(이니)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회사 바깥의 아우티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회사 안의 이니는 전혀 알 길이 없다. 회사 바깥의 내 배우자가 사고로 세상을 뜨더라도 회사 안의 나는 어제와 같은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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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먼의 이니들은 바깥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어떤 환경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을까? 기억 단절 수술은 루먼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대체 루먼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로도 유명한 배우 벤 스틸러가 연출과 제작을 맡았으며, 정신 착란을 연상시키는 연출과 음악, 미장센이 돋보인다. 매 회 빠른 전개는 당신을 더욱 몰입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