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의 텅 빈 창고,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6명의 범죄자들이 모인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보석을 탈취하는 것.
그러나 그들 중 한 명이 비밀 경찰이라는 사실을 듣고, 임시 동맹은 곧 깨져버린다.
<펄프 픽션>, <킬빌>, <장고> 등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을 좋아해서 한때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기도 했다. 하지만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은 아끼고 있었다.
마침내 영화를 보며 든 생각은, ‘진짜 오타쿠 같다’ 였다.
이 영화는 홍콩 느와르 장르, 70년대 음악, 그리고 그래픽 노블의 한 컷 한 컷을 카메라에 옮긴 듯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감독이 되기 전까지 영화/음악/만화 등 대중 문화를 얼마나 파고 들었으면 각각을 하나로 섞을 수 있었는지, 당시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했을 때 심사위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썰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비디오 대여점의 점원이던 그는 첫 작품부터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후 한 인터뷰에서, 저수지의 개들에 대하여 대체 어떻게 이런 대본을 쓰게 됐는지 질문을 받는다. ‘가족 중 갱단이 있나요?’, ‘살던 동네에 마피아가 있었나요?’ 연이은 질문에 타란티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영화를 많이 봤다.”

저예산이라 그런지 약간 날 것의 감성도 있지만, 현재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연출법으로 유명해진 두 가지 요소를 데뷔작에서 부터 완성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서로 아무 관련이 없어보이는 요소들이다. 특히 대사가 그렇다. 타란티노의 영화는 말이 매우 많은데, 사실 쓸데 없어 보이는 대화가 대부분이다. 위의 사진 대로, 보다시피 인물도 많다. ‘저수지의 개들’ 첫 장면에서 마돈나의 노래 가사를 두고 7명의 남성들이 시시껄렁하게 농담을 하는 장면이 그렇다. 마돈나의 노래 ‘Like a Virgin’ 하나로, 거의 5분 동안 토론을 한다. 영화에서의 5분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데뷔작에서 첫 장면을 이렇게 만든다는 게 지금 봐도 정말 파격적이다.
이렇게 주제와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장면과 대사로 채워져있어, 서로 어떤 관련이 있는지 영화를 보면서 머릿속에서 계속 퍼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결말에 다가갈 수록 앞에서 흘려 들었던 대사와 장면들이 서서히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드러난다.

두 번째는 극도의 폭력성이다. 타란티노의 영화는 피를 빼면 시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사와 장면들을 추리하게 만들다가, 마지막 가서는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다 죽이는 결말. 대량의 피가 튀기는 특유의 연출법은 이때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갱단 중 한 명인 Mr 블론드가 경찰로 의심되는 사람의 귀를 춤을 추면서 절단하는 장면이 그렇다.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스틸러스 윌의 'Stuck In The Middle With You'이 경쾌해서 더욱 끔찍했다. 헐리웃 역사상 가장 충격적 장면 6위로 매겨진 장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