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도 집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인생을 살면서 꼭 지키고 싶은 것.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친구 집을 전전하며 살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 미소에게는 에쎄 한 갑과 위스키 한 잔이 그것이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일당 45000원을 버는 형편이지만, 월세방을 뺄지 언정 이천원씩 오른 담배와 위스키는 포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냥 그게 미소가 지키고 싶은 것이다.
오백원 저렴한 담배로 취향을 바꿔보려 한 미소처럼, 우리도 모종의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별로였던 것에 나를 맞추곤 한다. 지불 가능한 가격에 맞춰 취향을 선택하기를 강요받는다. 수입과 지출 사이의 중간을 겨우 찾아 소확행이라 부르고는 안도한다. 간혹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분수에 맞는 일인가? 내가 너무 철이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학 진학, 취업, 결혼, 자녀 계획 등 정해진 일련의 순서를 따르지 않으면 느껴지는 소외감, 막연한 실패감. 이 나이에 해야 할 것,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 우리는 욕심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살아간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포기와 타협 속에서 나를 지켜나가는 것이 아닐까? 타인의 생각에 휩쓸리지 않는 나만의 것. 그리고 그것을 지켜나갈 용기. 미소의 말처럼 집은 없어도 취향은 있으니까.
비록 남들이 보기엔 염치없는 꿈일지라도, 미소와 우리의 고집을 위하여.